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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 /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에
레지나 2017.01.02 460

2017년 1월 1일

 

 새해 첫 날, 오늘은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입니다.

(성모 마리아께 ‘하느님의 어머니’를 뜻하는 ‘천주의 성모’라는 칭호를 공식적으로 부여한 것은 에페소 공의회(431년)라고 합니다.)

 


  대상포진 신경치료의 약기운이 떨어져서인지, 눈뜨자마자 어깨 통증이 꽤 심하게 느껴졌습니다. 숨쉬는 것도 다시 조금 불편해졌습니다. 미사참례를 못할 만큼의 통증은 아니어서 감사하는 마음으로 미사에 갔습니다.

 


  '새해 첫날인데 어떤 기도를 드릴까.'생각하다가, '통증이 사라지면 좋겠지만 더 나빠지지만 않는다면 이만큼 아픈 채로 지내도 괜찮겠어요.'하고 주님께 말씀드렸습니다. 군생활 중인 아들이 요즘 들어 연락이 없어 걱정하던 참이어서, 아들들, 가족들, 사랑하는 이들이 영육 간에 잘못될 것같으면, '그 대신' 이라면’, 제가 더 아프는 게 낫겠다고 기도했습니다. 주님께 새해 첫 날의 제 지향과 고통에 대한 ‘예’를 사랑하는 이들을 위한 기도로 받아주시기를 청했습니다.

  잠시 ‘누구 대신이라면’이라는 가정에 많은 이들을 대입해보았습니다. “누구누구 대신이라면? ‘예’, 아픈 것을 선택하겠습니다.”, “많은 영혼을 책임질 사제들 대신이라면? ‘예’ 하겠습니다.” .... 진통을 겪고 있는 우리나라에까지 생각이 미쳤습니다. “만약 나 한 사람의 고통이 거대한 악을 물리치는 데 보탬이 되다면? ‘예’ 해야겠지요.” .... 작년 한 해 천만이 넘는 사람들이 추위를 무릅쓰고 촛불을 들고 거리로 나섰는데, 그에 비하면 이왕 겪는 고통에 사랑의 지향을 입혀 기도로 봉헌하는 것은 쉬운 일입니다.   “ 아빠, 작은 수고에 너무 많은 지향을 바라네요. 고통은 견딜만한 만큼만 허락해주시면 좋겠어요.”

 


  퍼뜩 한 깨달음이 스쳤습니다. ‘성모님께서는 하느님의 어머니가 되시리라는 천사의 인사를 받으시고, 앞으로 겪게 될 모든 고난을 예견하셨겠구나. 성모님께서 하느님의 계획에 '예'하신 것은 영광을 얻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랑에서 비롯된 희생을 선택하신 거였구나. 부족한 내가 사랑하는 이들을 위해서라면 웬만한 통증은 갖고 살 수도 있겠다고 기도할 줄 아는데,  성모님께서는 얼마나 순수하고 위대한 사랑으로 한 평생 아드님을 위한 고통을 받아들이셨겠는가.'

   

  하느님께서는 사랑 때문에라도 우리의 선택을 억지로 강요하지 않으십니다. 그래서 성모님께서 겪게 되실 어려움을 미리 알게 하시고 성모님의 자유로운 응답을 기다리셨을 것입니다.  천사가 성모님께 나타나 첫 인사를 하자, 성모님은 ‘곰곰이 생각하셨다.’고 합니다.(루카1,29)  성모님께서는 천사의 인사 이후로 줄곧 당신의 “예”가 미칠 영향들을 곰곰이 생각해보셨을 것입니다. 성모님께서는 당신이 겪게 될 어려움의 크기를 예견하실 수 있었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직 겸손과 사랑으로 ”저는 주님의 종입니다. 말씀하신 대로 저에게 이루어지기를 바랍니다.”하고 답하셨습니다. 성모님께서는 당신께 닥칠 온갖 어려움에도 불구하고 '오직 사랑 때문에' 하느님의 계획에 순명하시기로 선택하신 것입니다.  

  성모님께서는 만삭이 되어서도 험한 길을 떠나셔야 했고, 아기를 낳을 방 한 칸 마련하지 못하셨습니다. 그후로도 계속, 예수님께서 죽음을 맞으실 때까지 성모님께서는 당신께 닥치는 갖은 고통에 ‘예’하셨습니다. 구세주의 어머니로서의 영광을 꿈꾸며 우쭐해하시지 않으시고 오직 하느님의 뜻을 곰곰이 생각하고 되새기셨습니다. 하느님의 사랑에 당신의 마음과 뜻을 일치시키며  일생동안 ’예‘하셨습니다. 성모님께서는 예언자 시므온의 말처럼 ’영혼이 칼에 꿰찔리는 (루카2,35)‘ 고통을 사랑으로 받아들이기로 끊임없이 선택하심으로서, ’하느님의 어머니‘로서의 역할을 훌륭히 완수하셨습니다.

 

  천주의 성모 마리아 대축일, 성모님의 ‘예’의 원천인 큰 사랑에 감격하고 감사드리는 날입니다.

  새해 첫 날이기도 한 오늘, 우리들 또한 하느님의 뜻에 우리의 마음을 일치시켜 올 한 해 일상에서 겪는 크고 작은 수고를 '사랑을 위해' “예”하고 선택하기로 결심해야겠습니다.

  성모님의 ‘위대한 예’가 이 세상에 '참빛이신 구세주'를 세상에 오시게 했듯이, 우리들의 ‘작은 예’도 어둠을 밝히는 ‘소중한 빛’이 될 것입니다.


  “이에 말씀이 사람이 되시어 저희 가운데 계시나이다. 알렐루야. 알렐루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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