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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7년 08월 4주차] 싼 이유가 있다고 조회수 637









싼 이유가 있다고




어찌나 공기가 맑은지,
어찌나 조용한지,
가늘게 내리는 빗소리도 음악처럼 들리고,
사방에서 불어오는 바람은 여름을 잊게 한다.
집에만 있을 때는 정말 부족함이 없다.

며칠 전,
처음으로 차를 두고 대중교통을 이용하기로 마음 먹고
서울 나들이를 가기 위해 집을 나섰다.
핸드폰으로 검색해 보니 마을 버스가 도착하려면 29분을 기다려야 했다.
그래서 택시를 잡으려 했으나 30분 동안 한 대도 보이지 않았다.
약속 시간은 다가오고 마음이 급해졌다.
할 수 없이 남편에게 전화해서 지하철 역까지 데려다 달라고 했다.
이미 약속 시간보다 40분이나 지났다.
전화로 상황 설명을 하고 차분히 기다리고 있으라고 얘기했다.

안국역에 내리면 내 단골 미용실이 있다.
값도 저렴하지만 좋은 재료를 사용하고
개개인의 얼굴 형과 색을 보고 맞춤처럼 만족스럽게 해 준다.
그래서 내가 소개를 많이 한다.
친구들도 이제 그곳이 단골이 되었다.
오늘 지인도 내 머리를 보고 소개해 달라해서 함께 만난 것이다.
머리를 말고 미용실 옆 '삼촌네 만두' 집에서 점심을 먹었다.
일본풍이 느껴지는 아담한 가게지만 맛이 단백하다.

파마는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혼자면 지루할 수 있는데
둘이 오손도손 얘기하다 보니 금세 시간이 갔다.
돌아오늘 길,
같은 방향이어서 의지가 되었다.
지인이 먼저 내리고 나는 대화역에서 내렸다.

마을버스를 타기 위해
시간을 보니 20분 기다려야 했다.
두리번 거리고 있는데
아파트 후문 정류장 팻말에 쓰여 있는 56번 버스가 섰다.
‘하이파크시티 가죠?’ 물으니
고개를 갸우뚱하더니 이내 끄덕였다.
길을 익히기 위해 창 밖을 열심히 내다 보았다.
탄현동을 지날 때 우리 아파트가 가까이 보였다.
안심을 하고 있는데 아파트가 점점 멀어진다.
궁금했지만 돌아 가려니 하고 기다리다가
안내판에 파주라고 씌여 있는 글이 보였다.

“아저씨, 하이파크시티 안 가나요?”
“아줌마, 거기를 가려면 아까 탄현동에서 내리셨어야지요.
건너편에서 택시를 타세요.”

어쩌나, 아무래도 마을 버스 번호를 잘 못 안 모양이다.



날씨는 더운데 짜증이 확 났다.
길을 건너며 택시가 오는지 살폈다.
이때 눈에 들어오는 마을버스가 있었다.
핸드폰으로 그렇게 확인했던 10번 버스였다

“하이파크시티 갑니까?”
“타세요.”


몇 정거장 지나 우리 아파트 정문 정류장에 선다.
세상에
대화역에서 우리 집까지 아주 긴 여행을 한 것처럼 멀게 만 느껴졌다.
집에 들어서자마자 남편에게


“이래서 싼거에요. 교통이 불편해서 싼 거라고.”
“무슨 소리야?”
“아 글쎄, 집에 있을 때는 멋진 집인데 대중교통 이용하려니까 너무 힘들어요.
머리도 하고 지인도 만나고 기분 좋게 수다도 떨었건만
집 찾아 헤매다 보니 기운이 다 빠졌지 뭐에요.”
“그러게 동네 미용실로 가지 그 먼 곳까지 가면서 흥분하고 그래?”


그 말을 못 들은 척하고는

“다 싼 이유가 있어. 그래서야........” 중얼거리며 샤워실로 들어갔다.